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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인 관련 시(詩) 3편
최선광
2022-04-06 11:04:56 / 234

1.

오늘같이 길 미끄러운 날에는

산책을 삼가셨으면 좋겠는데

원하시면 조심조심

왼발 오른발

왼발 오른발

 

당신 말마따나 삼 년 전

숱하게 돈 까부순

무릎 생각해서라도

왼발 오른발

왼발 오른발

 

막내가 사드린 털신

오래 신으시려거든

왼발 오른발

왼발 오른발

 

서리태 만했다가

수수 만했다가

들깨 만했다가

조 만했다가

 

아주 사라지실까 걱정되어

그만 가셔요

그만 오셔요

흔드는 손 아랑곳 않고

하천 너머로

멀리 가버리셨네

 

틀림없이 오실 때에도

당부대로

왼발 오른발

왼발 오른발

 

기사: '노인층 겨울철 '골절' 주의

 

 

2.

좋을 대로 부르세요

콩이라면 콩이고

팥이라면 팥인 거지요

아들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

당신 좋아하는 물고기 이름을 붙여주고

딸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

당신 좋아하는 꽃 이름을 붙여주면 됩니다

내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날에는

내미는 손을 못 이기는 척

잡아주면 기쁘겠고요

오후에는 바리바리 싸들고 소풍 나가서

매운 콩은 고추장 찍어 먹고

아삭한 팥으로 쌈 싸 먹으며

조금 늦게 사랑하는 법을 배운

한 남자의 이야기를

다시 한 번 차근차근

들려줄까 합니다

 

기사: '[치매, 이길 수 있는 전쟁] "잘한다, 봄꽃처럼 예쁘다".. 칭찬은 치매 아내 病勢도 멈추게 했다

 

 

3.

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

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

관절염이 아니라

어쩌면,

미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

 

기사: '90대 할머니, 키스 왜 안하줘 '총기 난사''

 

 

작가: 댓글 시인 '제페토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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